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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탄. 오아시스 해커톤 후기: 팀원들이 모두 묵언수행을 한다.

Buang 2022. 7. 2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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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토) - 타이포그래피에 꽂히지 마세요.

오아시스 해커톤에서 일요일(17일)에 우.팀.소를 가진다고 했다.

서로 어떤 팀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각자 본인의 팀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발표 형식은 자유였고, 당장 디자인 할 페이지가 수집장에 달하고,

심지어 발표 ppt까지 만들어야 했던 내 상황에서
우팀소에 오랜 시간을 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내가 그 바쁜 스케줄 속에서 타이포그래피에 꽂혀버렸다.

(타이포그래피가 어떤 건지는 유튜*에 'Apple Don't blink'영상을 검색해서 보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팀원들이랑 이야기할 때는 시간 관계상 우팀소 발표는 ppt로
제작하겠다고 하면서도 어쩌면 타이포 그래피로
제작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는 해뒀었다.

ppt를 제작하다가
너무 성에 차지 않아서
그냥 타이포그래피로 돌아가서 영상 작업을 시작했다.

 


오늘(16일) 미팅은 개발 방향에 대한 논의가 주여서

디자이너인 나는 딱히 할 이야기가 없었다.
당장 내일 우.팀.소.(우리 팀 소개) 영상 만들기도 급했던 상황이라
이어폰으론 팀원들 이야기 들으면서 영상 만드는데 집중했다.


영상 만들다가 힘들어서 좀 쉬었다 할까 싶을 때

기획자님께서 귀신같이 그걸 알아채시고, 카톡으로 영상 잘 만들고 있는지 물어보셨다.

.....

기획자님은 분명 개발자님들이랑 개발 방향과 관련해서
이야기하시고 계셨는데,

 

'넵! 제작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하고

다시 영상 제작에 집중했다.


ppt가 아닌 영상으로 방향을 틀어버린 덕에

오늘은 영상 하나만 붙잡고 있었다.

 

 

팀 소개 영상. 팀원분들 신상이 나와서 영상 일부만 잘라서 올렸다.

 

영상은 이런 느낌으로 만들었다.

 

유튜버 '하쥔'님이 감사하게도 영상 템플릿을 올려주셨고,

해당 템플릿을 편집해 만든 영상이다.


애프터 이팩트에 애자도 모르는 나였는데
하쥔님 영상 보면서 편집하니 작업이 금방 끝났다.

 

세상엔 정말 열 번 절해도 모자란 분들이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다.

 


7월 17일(일) - (제목없음)

 

 

살려주세요......

 

 


7월 18일(월) - (제목없음)

 

 

(해당 일에 작성된 일기가 없습니다.)

 


7월 20일(수) - 택시가 이상하다.


드디어 팀원들이랑 첫 만남이자
오아시스 해커톤 첫 오프라인 행사일이 찾아왔다.

혼자 개별적으로 가는 방법이 있고,
광주에 모여서 버스로 여수 JCS 호텔까지 가는 방법이 있었다.
시간 계산을 해보니 나는 개별적으로 가는 게 빨라서 혼자 갔다.

시간 절약을 위해 버스는 안 타고 '택시 + 기차'로만 이동할 계획을 세웠고,

20일 당일 날 계획 자체는 차질 없이 진행됐는데 문제가 있었다면

 

택시로 역까지 가는 동안
택시비가 아니라 내 목숨을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건가란

착각이 일 정도로 택시 속도가 너무 빨랐다.


택시 속도 빠른 건 원래 알고 있었지만
아침에 탔던 택시는 정말 카레이싱을 방불케 하는 속도여서 너무 무서웠다.


기사님의 질주로 기차 출발 시간보다 40분 일찍 도착했다.
남는 시간 동안 역에서 디자인 작업을 하려 했는데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핫스팟을 켜서 작업하니 금방 기차가 왔다.

기차 안에서 소소한 행운이 있었다면 내 옆자리에 콘센트가 있었다는 점이다.

 

여수 엑스포 역


열차에서 이동하면서도 열심히 노트북으로 일 하라는 뜻이구나 생각하면서
ppt 몇 장 만드니 금세 여수에 도착했다.

 

 

여수 JCS 호텔

 

여수 엑스포역에서 JCS 호텔까지
택시 기준으로 5분~10분 밖에 안 걸렸다. 금방 도착한다.

 

호텔에 도착하니 11시 30분 정도 됐다.
오후 2시 30분까지가 집합 시간이라 남은 시간 동안은
호텔 내에 있는 카페에서 디자인 작업을 마저 했다.

참고로 JCS 호텔 카페에선 음료만 팔고, 허니브레드 같은 빵은 팔지 않는다.
빵이랑 커피로 점심을 때우려 했는데 하는 수 없이 커피를 내 생명줄처럼 부여잡고,

이제는 내 인상의 동반자가 된 디자인 툴들을 붙잡고 일을 마저 이어갔다.

 

 



7월 20일 오후 2시 40분 - 팀원들이 모두 묵언수행을 한다.


2시 즈음에 대회가 진행될 다이아몬드 홀로 올라갔다.
그리고 2시 40분 즈음에 팀원들이 모두 도착했다.
분명 카톡으론 어느 정도 이야기도 하고, 나름 친근했는데
막상 실제로 얼굴 보고 마주하니 다들 인사 후
대화 없이 노트북을 켜고 작업에 열중했다.


화기애애하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다른 테이블 팀원들과 다르게 우리 팀만
묵언수행을 실천한 채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테이블 사이를 오갔다.

'우리 그래도 나름 안면도 트고 친하지 않았나요?'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먼저 말 꺼낼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시선은 노트북에 고정하며 ppt 작업에 몰두했다.
다행히도 프로젝트와 관련된 질문이 오가면서
묵언수행 중이던 분위기가 한결 풀어졌고,
나중에는 다 같이 루프탑 가서 야경 구경도 했다.

 



7월 20일(수) ~ 21일(목) - '도덕+양심+윤리' 가출 사건


저녁으로 치킨 한 접시와 밥 없는 고기가 나왔다.

이걸로는 도저히 배가 채워지지 않아서 야식으로 보쌈을 먹자고 제안했다.

 

애석하게도 너무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추가 배달비 포함해서 8000원을
지불해야 하거나 주문 취소되거나 둘 중 하나여서 보쌈은 못 먹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차라리 못 먹은 게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걸 먹으면서 했다면 작업 속도가 더 많이 느려졌을 거다.

 

 

우리 팀 앱(당장.) 스플래시와 메인 페이지 목업한 이미지.나름 열심히 만들었는데 쓸 일이 없어서 아쉬웠다. 글과 개연성은 없는 사진이다.

 


우리 팀을 제외한 다른 몇몇 팀들도 홀에 모여서 밤을 새 가면서 작업을 이어갔다.


홀 중앙에는 빔 프로젝트로 남은 시간을 카운트 다운해주는
타이머가 띄어져 있었는데 볼 때마다 스트레스 지수가 수직 상승했다.


그런데 막상 나중에는 그게 보이지 않게 됐는데 그때는 또


'왜 타이머가 보이지 않는 걸까,

타이머가 눈에 보여야 압박을 받고 더 서둘러서 작업을 할 텐데'

 

라는 이중적인 마음이 공존했다.

사람이 잠을 못 자면 성격이 괴팍해진다는 걸 이번 대회를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커피 버프로 어떻게든 잠을 안 자려고 노력하고,
혼잣말을 계속 중얼거림과 동시에

이따금씩 비명 아닌 비명을 지르면서 ppt와 판넬 작업을 이어갔다.



 

만들었던 판넬. 대회 때 제출한 것과는 다른 버전이다. 이 이미지 또한 개연성은 없다.

 

 

분명 처음 홀에서 작업했을 땐 13시간이 남았다고 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아직 완성된 것도 없는데 40분밖에 시간이 안 남았다고
타이머가 알려주고 있었다.

 

정신없이 작업을 이어갔고, 제출 10분 전에는
급하게 영상 편집하고, 랜더링 하면서 내 영혼도 탈곡했다.
영상 제출을 mp4 파일이 아닌 유튜브 링크를 통해서 제출해야 한다고 해서
난생처음 유튜브에 영상도 올렸다.

 

간신히 제출을 완료하고, 기쁜 마음으로 팀원들과 조식을 먹으러 갔다.

 

"다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팀원들과 식당으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서로 덕담처럼 주고받았던 말이다.

 

"저는 아직 발표가 남았습니다."

 

기획자님께서 중간에 이런 말씀을 하셨던 거 같은데

기획자님 파이팅 하세요!

디자인 작업은 모두 다 끝났습니다! 개발팀 작업도 다 끝났습니다!

기획자님은, 음 기획자님은 잘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본인 일 끝났다고, 나 몰라라 했던 나쁜 디자이너였다.

잠을 못 잔 여파로 정신이 가출하더니 '도덕+양심+윤리' 3종 세트가 손에 손잡고 가출했다.

다시 떠올려봐도 너무 죄송하다.

 

 

다음 편은 마지막 편으로

시상식과 오아시스 대회 최종 후기 글이다.

 

 

 

4탄. 오아시스 해커톤 후기: 사랑한다고 말하면

7월 21(목) - 이건 모두 대상을 위한 빌드업이라니까요?! 조식을 먹고 난 뒤 오전 10시부터 팀별 발표가 시작됐다. 팀별당 발표는 총 5분이고, 그 후 심사위원 질의응답이 2분 동안 진행됐는데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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