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난 팀플이 좋다. 난 팀플을 사랑한다. 난 팀플을....에라잇!
대학 생활 3년 차.
대학교와 관련된 대부분의 것들에 익숙해지는 나이다.
미로 같았던 학교 지리는 이제
학교를 처음 방문하는 분들께
능숙히 길을 알려줄 수 있을 정도가 됐고
레포트 작성과 ppt 제작 준비는
요령을 터득해서 2주가 걸렸던 일들이
이젠 2~3일이면 뚝딱 끝냈다.
하지만 단 하나, 절대로 익숙해지지 않은 게 있었는데
바로 팀플.
나는 팀플을 좋아하는 것과 동시에 무서워한다.
팀플을 하면 여러 사람의 좋은 아이디어와
피드백을 공유할 수 있어서 나 혼자 했을 땐
절대로 나올 수 없을 질 높은 작업물이 나올 수 있다.
더불어서 다른 사람과 함께 협업하면서
타인의 여러 면모를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팀플을 좋아한다.
팀플이 무서운 이유는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들과 협업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계속 생겨서 였다.
이주 단위로 제사가 있는 분,
바람 앞 촛불처럼 위태롭게 연락이 됐다가 안 돼는 분,
바닷속 깊숙이 잠수해서 육지로 나오지 않는 분 등등
가지각색의 무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게 팀플이다.
이런 무서운 팀플을 한 학기 내내 진행하는 과목이 있었으니
바로 '소프트웨어 기초 설계' 과목이었다.
2. 교수님께서 영어 토론을 진행하신다는 데
팀원 모두 영어를 못한다면?
소프트웨어 기초 설계 과목은 개인이 아니라 '팀'을 이뤄서
'파이썬'을 이용해 한 학이 동안 총 3개의 과제를 제출해야 했다.
난 팀플보다 더 걱정됐던 게 내 '파이썬' 실력이었는데
그도 그럴게 내 파이썬 실력은 걸음마를 이제 막 땐 정도였기 때문이다.
개발 용어가 익숙지 않은 분은 '이게 무슨 말이야?'
싶을 수 있을 거 같다.
현재 상황을 비유를 들어서 설명하자면
교수님께서 앞으로 총 4개의 주제로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셨으며
토론할 땐 무조건 영어로 말해야 하며
이 영어 토론은 팀을 이뤄서 진행된다고 하신 것과 같다.
그런데 나는 apple, banana가 같은 영어의 기초도 모르는
아주, 아주 심각한 상황이었다.
파이썬을 할 줄 안다. = 영어를 할 줄 안다.
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할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파이썬을 못한다는 건
영어 기초 단어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과 유사했고
이로인해 팀원들께 폐를 끼칠까 봐
발등에 불 떨어진 사람처럼 속성으로 파이썬을 배워갔다.
(=영어를 익혀갔다.)
그리고 대망의 팀원 결성이 이뤄졌다.
총 4명이서 팀을 이뤘으며
팀원분들 모두 파이썬 초보라고 하셨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나는 '서로 배워가면서 파이팅합시다!'란 말로
나름 아무렇지 않은 척 이야기를 꺼냈지만
속에선 비상경보령이 빨간불을 켠 채 울리고 있었다.
팀원 내에서 아무도 파이썬을 다뤄본 경험이 없다는 건 정말 큰 일이었다.
당장 영어 토론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니!
방금 막 카레 30인분 단체 주문이 들어와서 카레를 만들어야 하는데
셰프 모두가 카레는 뒷전으로 제쳐두고
밥 짓는 것부터 알아야 하는 상황 같았다.
이 팀플, 과연 잘 끝날 수 있을까?
시작부터 불길한 팀플의 뒷 이야기는 2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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