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컴퓨터 구조 시스템 시험을 보던 중간고사 당일.
시험지를 배부받고,
나는 일 번 문제를 빠르게 훑어봤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서 일 번 문제를 제쳐두고
이 번 문제로 넘어갔다.
이 번 문제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서
이 번 문제를 제쳐두고, 삼 번 문제로 넘어갔다.
그렇게 마지막 문제까지 훑어보고,
넘어갔다.
'이게 마지막 문제일리 없어-!'
현실 부정을 하며 뒷장을 살펴봤지만
뒷장은 텅 빈 백지였다.
내가 맨 하단에서 봤던 문제가 마지막 문제였다.
풀 수 있는 문제가 한 문제도 없다는 걸 깨닫고,
그 상태로 1분 정도 멍을 때렸다.
누가 내 뒤통수를 때리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뒤통수가 얼얼했었다.
나름 공들여서 공부한 과목인데
이렇게 거하게 뒤통수를 가격당할 줄 몰랐고,
풀 수 있는 문제가 한 문제도 없다는 사실을
쉬이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문제와 관련있는 키워드를 조합해서
새로운 개념을 재창조해낸 뒤 답안지를 써서 제출했다.
겸허히 F를 받아들이고,
대학교를 반년 더 다니자며 스스로를 위로한 뒤
다음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학생들이 문제를 다 풀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였으며
나처럼 처음 시험 문제지를 배부받고,
풀 수 있는 문제가 없다는 걸 깨닫고 당황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F를 맞을 줄 알았던 컴구는 B+을 맞았다!
예전 같았다면
B+로도 성에 차지 않았을텐데
지금은 그냥 너무 기쁘다.
B+ 이 어디야!
다음편 예고
컴공엔 팀플이 유독 많다.
빌런 한 명없이 모든 사람들이
팀플에 열심히 임하면
힘들긴 해도 행복한 마음이 크다.
하지만 팀플에 빌런이 한 명 껴있다면?
뒷목 잡게 만드는 빌런과의 팀플 일화!
빌런과 대학 팀플 같이하면 벌어지는 참사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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