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 문과가 컴공으로 전과하면/천생 문과생의 공대 일기

5탄 2편. 컴공 과제 현실: 천사를 부업으로 하는 선배

Buang 2023. 12. 1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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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를 부업으로 하시는 수재분께선

서버 쪽 지식이 정말 풍부한 선밴셨다.


선배 본인도 해야 할 일이 많을 텐데도


과제를 하다가 어려워서 내적 비명을 지를 때면

나를 포함해서 다른 분들에게도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서
해당 개념에 대해 설명해주시고,

길잡이를 제시해주셨다.

 

나는 선배가 서버 쪽 지식이

풍부한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나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 부분은

타인에게 본인이 알고 있는 것을 꾸준히 알려주는 모습이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학기 동안  다른 사람에게 본인이 알고 있는 것을

긴 시간 들여서 알려주셨는데 

 

내가 선배였다면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몇 번은 설명하기를 꺼려했을 텐데 선배는 다른 사람이

도움을 청하기도 전에 '도와드릴 게 있을까요?'라고

먼저 물어봐 주시곤 하셨다.

 

나는 다른 사람이 도움 요청을 해야

도와주곤 했는데 선배를 보면서

나도 먼저 다가가서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선배가 바로 내 뒷자리였던 덕에

나는 거의 1:1 과외를 받다싶이

선배한테 배운 게 정말 많았는데

 

여러 일화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화를 뽑자면

단연 lvm 일화일 것이다.

 

하루는 교수님이 lvm과 관련된 과제를 내주셨었다.


lvm이 무엇인지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그냥 개발 지식이 0에 수렴한 나에겐 어렵고, 어려웠던 과제였다.

심각하게도,

나는 교수님이 내주신 그 과제에 대한 개념도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태였었다.

 

예초에 lvm이란 단어를

나는 교수님이 과제를 내주신 걸 보고 처음 접했다.

 

 

'모르는 개념이면 구글링 해서 배우면 된다!'

 

 

라고 생각하고 lvm과 관련된 글을 찾아서 읽다가 얼마 후

전쟁에서 패한 패잔병처럼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을 끌어안고

흰 색 수건을 팔랑였다.

 

 

'lvm은 아직 내 수준에서 건드릴 아이가 아니야, 다음을 기약하자'

 

 

내 얼굴에 먹구름과 뇌우가 내려치고 있는 걸 보신 건지
뒤에 앉아 계셨던 선배가 나한테

lvm에 대해 설명해주겠다고 말씀해주셨다.

 

나는 화색을 띠며 선배 자리로 갔는데
선배가 lvm 개념은 그림이랑 같이 보면서 들어야 이해가 잘 되니까
그림을 그리는 동안

잠시 다른 걸 하고 있으면 좋을 거 같다고 하셨다.

 


과제가 산처럼 쌓여있던 상황인 지라
과제를 하면서 선배가 그림을 다 그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다리는 시간이 엄청 길었다.

혹시라도 오해할까 봐 미리 말하자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서 싫었다는 게 아니다.

 

나는 '간단히 네모 칸 몇 개 그려서
설명을 해주시려나 보다!' 라고 생각을 했었고
그래서 길어도 5분 정도 걸릴 줄 알았었다.


그때는 시험기간이기도 했고,

선배도 할 일이 많으시니까,

설마 설명에 오랜 시간을 들이실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5분이 흐르고,

10분이 흐르고,

15분에서 20분 정도 흘렀을까.


나는 시간이 많이 흘러간 걸 깨닫고,

선배가 다른 할 일이 있어서
lvm 설명은 다음으로 미뤄두시려나 보다라고 생각했었다.

 

설마 선배가 그 긴 시간동안

그림을 그리고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한참 뒤에
선배가 그림을 다 그렸다고 뒤에서 이야기를 하셨었다.

 


'.....지금까지 그림을 그리고 계셨다고요?'

 


나는 얼떨떨한 마음으로

설명을 들으러 선배 자리로 갔다가
그 자세 그대로 3초 정도 멍을 때렸다.

선배 자리에 있는 컴퓨터에 그림판이 하나 띄어져 있었다.


그 그림판에는

고퀄리티 lvm생성 과정이 그려져 있었었다.


테블릿도 아니고

마우스로 그 긴 시간동안 그림을 그렸다는 것에 1차로 놀라고

 

교수님이 내주신 과제도 아닌

단순히 설명해주기 위한 그림으로

이걸 그리셨다는 거에 2차로 더 놀라서

그림을 보고 잠깐 멍해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림과 함께 선배의 설명이 이어졌고,

더불어서 lvm이 생성되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는 선배를 보면서

문득 며칠 전에 A라는 친구랑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A도 나처럼 내 뒷자리 선배한테 배운 게 많은 친구다.
한 번은 A가 이런 말을 했었다.

 

 

''뒷자리 선배한테 내 장기라도 하나 팔아서 그 돈 드려야 할 거 같아.''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친구가 농담을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림을 그려가면서 직접 설명해주시는 선배를 보면서
원래는 과일 세트를 사서 드리려 했는데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니 정말 내 장기라도 하나 팔아서

돈을 마련해야 하는 건 아닌가하는 고민이 들었었다.

 


선배 외에도,

그리고 서버 관리란 과목을 벗어나서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교수님 시험 출제 스타일을 상세하게 알려주신 분,

실습 과제를 할 때 참고하면 좋은 사이트를 공유해주셨던 분,

힘들 때 잠깐 쉬워줘야 한다며 밖으로 데려나가주고,

맛있는 간식을 챙겨주셨던 분 등

 

정말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거나 함께 있어 줬던 덕에

첫 전과 후 한 학기 생활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한 학기를 마무리하면서 가장 크게 드는 생각 중에 하나가
이번 학기는 인복이 정말 컸다는 거다.


학교 안에서 말고도 학교 밖에서도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던 학기라 이런 생각이 더 크게 들었던 거 같다.

다들 어디 사시는지 모르기 때문에
아침마다 동서남북으로 절을 해도 모자란 듯 보인다.

아무튼!

 

모두들 왕 사랑해요!!!

 

 

 

* 다음편 예고

 

한 학기 과제를 110개 내주는 '서버관리'.

과제 뿐만 아니라 기말고사도 심상치가 않았다.

 

''시험 시간 4시간! 모르는 건 친구한테 물어보는 게 가능한 시험!''

 

다음 편에서 '서버 관리' 기말고사 후기가 이어집니다.

 

https://studywithowl.tistory.com/160

 

6탄. 시험 시간 4시간, 모르는 건 친구한테 물어보는 게 가능한 시험

'5탄. 4년 치 인복을 빚으로 끌어와서 4개월 만에 써버리면'에 이어서 오늘은 '6탄. 시험 시간 4시간, 모르는 건 친구한테 물어보는 게 가능한 시험' 을 작성하고자 한다. 이번 6탄은 '서버관리'란

studywithowl.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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