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컴퓨터 구조 시스템 시험을 보던 중간고사 당일. 시험지를 배부받고, 나는 일 번 문제를 빠르게 훑어봤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서 일 번 문제를 제쳐두고 이 번 문제로 넘어갔다. 이 번 문제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서 이 번 문제를 제쳐두고, 삼 번 문제로 넘어갔다. 그렇게 마지막 문제까지 훑어보고, 넘어갔다. '이게 마지막 문제일리 없어-!' 현실 부정을 하며 뒷장을 살펴봤지만 뒷장은 텅 빈 백지였다. 내가 맨 하단에서 봤던 문제가 마지막 문제였다. 풀 수 있는 문제가 한 문제도 없다는 걸 깨닫고, 그 상태로 1분 정도 멍을 때렸다. 누가 내 뒤통수를 때리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뒤통수가 얼얼했었다. 나름 공들여서 공부한 과목인데 이렇게 거하게 뒤통수를 가격당할 줄 몰랐고, 풀 수 있는 문제가 한 ..